연예인 2023년 내가 본 영화 II 12편 간단 리뷰(바빌론, 타르 포함)[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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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고기먹는스님 댓글 0건 조회 9회 작성일 23-03-19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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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영화를 좋아하는 20대 후반 학생입니다.

올해 가끔 친구들 만날 때 빼고는 여가 시간 대부분을 영화나 제가 좋아하는 해축팀 경기 보는 데 썼기 때문에 2023년 들어 지금까지 40편 정도의 영화를 본 것 같습니다.

당분간은 할 일에 더 집중할 생각입니다.

펨코에 영화 관련 글을 몇 편 써봤습니다. 이번 글은 이전에 작성한 '2023년 들어 본 영화 + 간단한 소개(스압주의)' 글에 이어 작성하려고 합니다.

어쩌다보니 목록에 1970년대 영화가 많은데, 영화 소개는 웬만하면 제가 관람한 순서대로 작성했습니다.



1. 프렌치 커넥션(The French Connection 1971 윌리엄 프리드킨 미국)

프리드킨의 영화답게 일단 재밌습니다. 제가 알기로 '프렌치 커넥션'이란 1930년대부터 시작해 인도차이나에서 터키를 통해 프랑스, 이후 미국 캐나다 등지에 마약이 유통된 경로, 작전을 뜻합니다.

이 영화 또한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뉴욕으로 마약을 유통하는 범죄조직을 뉴욕시 형사들이 추적하는 내용입니다. 제 44회 아카데미 5개상 수상에 빛나는 명성 때문에 소위 말하는 시네마적인 탁월함을 기대하고 봤으나, 개인적으로는 범죄 액션 장르물로서의 재미와 멋이 더욱 폭발하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KakaoTalk_20230317_104637147_16.jpg 2023년 내가 본 영화 II 12편 간단 리뷰(바빌론, 타르 포함)


2. 맥케이브와 밀러 부인(McCabe & Mrs. Miller 1971 로버트 올트먼 미국)

미국 서부를 개척한 것은 1940년대 존 포드 영화에 등장하는 기병대, 하워드 혹스 붉은 강(1948)에 나오는 카우보이들의 기개와 용기가 아닙니다.

포주와 창녀, 노동자들의 몸에서 뿜어내는 열기가 서부를 팽창시켰습니다. 올트먼의 이 영화에 따르면요.

인물들의 행동 양식, 배경, 주제의식 등 모든 면에서 고전적인 서부극과 철저하게 차이가 납니다.

흑백의 쨍쨍한 화면 속에 두 인물이 서있고, 작열하는 태양은 그들이 손에 쥔 권총의 총구를 겨눕니다. 그렇다면 누가 정의의 편에 섰고 누가 빌런인지 선명해지죠. 이전 서부극들에선요.

이 영화는 올트먼 영화답게 화면이 축축하게 젖어있습니다. 이런 축축하고 뿌연 세계에서 도덕, 정의같은 것은 자취를 감춥니다. 그저 흔들리는 촛불처럼 욕망과 불안, 운명에 휘둘리는 인물들만 있을 뿐이죠.

올트먼의 세계를 살아가는 인간이 끝을 마주하는 모습은 이상하게도 숭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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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긴 이별(The Long Goodbye 1973 로버트 올트먼 미국)

레이먼드 챈들러의 1953년 소설을 각색한 영화입니다. 1970년대 할리우드, 사립 탐정 필립 말로가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음모를 밝혀내는 이야기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부유한 히피 특유의 느슨함과 공허함이 묻어납니다. 주인공은 낡은 정장을 입고 혼자 연신 줄담배를 피워대죠. 필립 말로 캐릭터가 명확하고 일관되게 그려졌다고 보긴 어렵겠습니다만 굉장히 매력있습니다.

저는 흡연자가 아니지만, 담배 좋아하는 분들은 더 몰입하기 좋은 영화인 것 같아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올트먼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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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외침(The Shout 1978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 영국)

작년 당나귀 영화 EO를 만든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의 공포 영화입니다. 정신병동에 수용된 환자의 망상과 회상, 현실 사이를 느슨하게 연결하고 있습니다. 자신을 초대한 집주인(작곡가, 음향기사)에게미스터리한 남자 크로슬리는오스트레일리아의 샤먼에게 배웠다는 '듣는 이를 죽이는 비명' 기술을 선보입니다. 와 근데 이거 에어팟 꽂고 영화 보고 있었는데 진짜 비명소리 개크고 짜증납니다.

비명 기술이 은근 웃기고 영화가 약간 병맛입니다. 호기심, 욕망, 탐욕 등에 대해 사유해본다면 나름 생각해볼거리도 있는 흥미로운 영화입니다.

1978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 공동 수상작입니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명작 큐어(1997)가 이 영화에서 은근 영향을 받았는지, 우연인지 꽤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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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외침과 속삭임(Viskningar och rop 1972 잉마르 베리만 스웨덴)

제가 좋아하는 감독 잉마르 베리만의 영화 중 시각적으로 가장 탁월한 작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죽음을 앞둔 세 자매와 하녀의 모습을 통해 베리만 필생의 테마인 신이 침묵하는 지상에서 인간의 고통과 인간들 사이의 단절을 다룹니다. 영화 후반부 마치 육체를 뒤집어쓴 죽음이 출현하는 듯한 장면이 잠깐 나오는데, 연출이 참 탁월합니다.



6.가을 소나타 1978(Hstsonaten 1978 잉마르 베리만 스웨덴,독일)

1976년 베리만은 스웨덴 왕립 연극 극장의 공연 리허설을 감독하는 중 탈세 혐의로 연행되는 일을 겪게 됩니다. 조사 결과 혐의가 없는 것이 밝혀졌지만 이 사건은 예술인으로서 베리만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겼고 우울증에 걸린 베리만은 조국을 떠나 해외에서 오랜 기간 작품 활동을 합니다. 이 영화도 서독에서 촬영했죠.

스웨덴이 낳은 최고의 여배우 잉그리드 버그만은 주로 미국과 이탈리아에서 활동했는데 이 영화는 버그만과 베리만이 함께 작업한 유일한 영화입니다. 버그만의 사망 4년 전에 나온 영화인데,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연기의 힘이 굉장히 세고 참 잘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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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자유의 환상(Le Fantme de la libert 1974 루이스 부뉴엘 프랑스)

부뉴엘의 작품세계를 가장 잘 표현하는 영어 단어중 하나는 ‘ribald’일 것입니다. 우스꽝스럽게 야하다는 뜻이죠. 이 작품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사물과 세계의 불가해不可解, 사회 관습의 경직성과 상대성 등 나름 진지한 주제들을 내포하기도 합니다만 그저 웃으면서 관람하면 되는 영화입니다.


손님들을 초대해 정찬을 가질 법한 자리에서 다같이 변기에 앉는 행위, 담화 도중 잠시 양해를 구하고 화장실일 법한 구석진 공간에 가 비로소 식사를 하는 행위 등일상적인 관습에 역전이 일어납니다.

부뉴엘의 최고작이라 할 수 없지만 병맛스러운 장면들과 거장의 신선한 연출을 지켜보다보면 흐뭇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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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오버로드 1975(Overlord 스튜어트 쿠퍼 영국)

2차 세계대전 연합군이 노르망디 해변에 상륙한 오버로드 작전에 차출되는 한 젊은이의 여정을 담은 영화입니다. 1975년이면 충분히 컬러로 촬영할 수 있는 시기인데 왜 흑백으로 영화를 찍었을까요?

그 이유는 이 영화의 약 27%에 달하는 분량을 영국 전쟁 박물관 등에서 보관중인 실제 다큐멘터리 촬영분을 그대로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나머지 분량은 감독이 열흘간 새로 촬영해 편집한 것이고요.

이 영화의 지배적인 인상은 마치 선잠에 빠져 거듭 악몽을 꾸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잘생기고 순박한 청년이 점차 전쟁의 공포 속으로 빨려들어갑니다. 한편의 영국 비가悲歌 같기도 합니다. 감독은 다큐멘터리 촬영분과 그 질감에 맞는 영화 촬영분을 합해 리얼리티와 추상성 사이에 균형을 맞추는 데 성공합니다.

1975년 베를린 은곰상을 수상했으나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2006년을 기점으로 점차 알려져 저명한 영화평론가 로저 이버트를 포함해 평단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전쟁 영화를 고른다면 이 작품은 꼭 Top3로 선정할 것입니다.

KakaoTalk_20230317_104637147_28.jpg 2023년 내가 본 영화 II 12편 간단 리뷰(바빌론, 타르 포함)


9. 스토커(또는 잠입자 Stalker 1979 안드레이 타르콥스키 러시아)

어느날 Zone이라는 미스터리한 구역이 생깁니다. 여기에 해를 입지 않고 드나들 수 있는 안내인을Stalker라고 부르고요. 정부가 파견한 군인들이 Zone 출입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교수와 작가는 Zone에 있는, 들어온 사람의 가슴 속 가장 큰 소망을 들어준다는 Room을 방문하기 위해 주인공 Stalker를 찾고 이들의 여정이 시작됩니다.

굉장히 흥미로운 설정과 줄거리죠?

그런데 내 마음속 가장 큰 소망이 무엇인지 과연 나 자신이 알 수 있을까요?

KakaoTalk_20230318_112721170.jpg 2023년 내가 본 영화 II 12편 간단 리뷰(바빌론, 타르 포함)


10. 마리아 브라운의 결혼(Die Ehe der Maria Braun 1978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독일)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은 분명 전범국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개개인의 독일인들은 전쟁의 상흔을 안고 살아갑니다. 역사의 이 야릇한 잔인성을 한 여인의 육체를 통해 드러내라는 영화적 과제가 주어진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감독들이 성공할 수 있을까요?

30 초반의 파스빈더는 괴물같은 천재성으로 이 기획을 성공하고 곧 요절합니다.

전장으로 차출되는 남편과 결혼식을 치르자마자 이별한 마리아 브라운은 그녀의 기지와 성적 매력을 십분 활용해 생존해나갑니다. 전쟁으로 삶과 실존을 위협당하는 그녀는 역사의 희생자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남들을 이용하는 착취자입니다.

영화의 오프닝과 엔딩이 호응합니다. 인류사 최악의 전쟁을 일으킨지 얼마나 지났다고..라디오에선 1954년 서독이 우승한 베른 월드컵 경기 중계방송이 흘러나옵니다. 열광, 환호, 굉음이 뒤섞인 이 영화의 엔딩 장면을 체험하며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미친 영화. 한나 쉬굴라의 미친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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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바빌론(Babylon 2022 데미언 샤젤 미국)

부기나이트(1997)와 시네마천국(1988)의 결합. 이 영화에 대해 이미 많은 곳에서 이야기가 오간 만큼 짧게 줄이겠습니다.

이 영화의 주요한 테마는 배설과 구토일 것입니다. 화려할 것만 같은 할리우드의 추한 이면, 그래서 더욱 인간적임을 보여주려는 의도뿐 아니라, 창작이나 배설이나 본질상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의식을 보여줍니다.

남들의 승인과 박수갈채가 뒤따르면 그게 예술이고 실패한다면 배설이나 마찬가지겠죠.

미친 듯이 늘 전진하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위에서 즐거워하고 결국엔 밀려나 떨어져나오는 이들의 시선으로 영화 역사를 바라보는 시도가 좋았습니다.과잉으로 가득한 영화에서 점점 덜어내는 연기를 해야했던 브래드 피트의 품격이 훌륭했습니다.

샤젤의 팬은 아니지만 영화에 대해 적절한 헌사를 보내기 위해 데미언 샤젤은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왔을까라는 생각에 경의를 표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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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타르(Tr 2022 토드 필드 미국, 독일)

이 영화에 대해선 저도 펨코에 짧게 리뷰를 올린 바 있습니다.

https://m.fmkorea.com/5534262557

이번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후보작 중 저는 개인적으로 타르와 탑건을 관람한 게 제일 만족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

후보작중 안 본 작품도 있지만요.

엔딩 장면의 지나치게 노골적인 연출이 영화 전체적인 미감을 해쳤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자체의 연출이 꽤나 노골적이고 직접적이긴 했지만 엔딩 전까지는 다 적절하고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했거든요.

예전부터 케이트 블란칫이 대단한 배우라고 생각해왔지만 본격 팬이 된 건 이 영화 덕분입니다.

한줄평 : 포식자일 것만 같았던 그녀도 사회가 쏟아내는 구토 속에 빠져 허우적댈 수 밖에...

한바탕 선언이 되지 못하고 신경쇠약의 중얼거림으로 끝이 난 말러.

KakaoTalk_20230317_104637147_22.jpg 2023년 내가 본 영화 II 12편 간단 리뷰(바빌론, 타르 포함)
KakaoTalk_20230317_104706801_02.jpg 2023년 내가 본 영화 II 12편 간단 리뷰(바빌론, 타르 포함)


지금까지 긴 글 읽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다음 편도 잇달아 작성했으니 시간나면 한 번 읽어주시기를 바랍니다.

https://m.fmkorea.com/5594373982

나름 열심히 썼으니 재밌게 읽으셨다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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